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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ㆍ노동자 감시카메라, 당장 꺼
운영자 2013-07-10 07: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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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 보쉬전장지회, 콘티넨탈지회가 회사의 불법 감시카메라 설치와 이로 인한 인권침해,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회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노조파괴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탄압이다. 유성기업, 콘티넨탈, 보쉬전장 사측은 복수노조 설립, 직장폐쇄 전후 현장에 대거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회사는 감시카메라를 노조 조합원들의 활동을 감시하는데 사용하고, 이 자료를 징계, 회사가 제기한 소송의 증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전충북지부는 7월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불법감시, 인권침해 사례를 폭로했다.
사측은 유성기업 영동공장과 아산공장에 2011년 직장폐쇄 이후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회사는 관리동 건물과 식당 안은 물론이고 조합원들이 일하는 현장에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유성기업 사측 관리자와 복수노조 간부들은 더 나아가 볼펜 녹음기, 단추모양 녹음기, 이동식 카메라 등 첨단 감시기기를 동원해 현장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홍완규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회사의 감시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의 정신 고통이 심각하다”며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에서 진단 뒤 입원을 하거나 휴직하는 조합원이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콘티넨탈 사측도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설립을 앞두고 현장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이전까지 공장에 감시카메라는 한 대도 없었다. 현재 공장 안, 담벼락 등 40여 대의 카메라가 있다. 회사는 공장정문에 출입 통제 시스템을 설치하고 감시카메라로 콘티넨탈지회가 정문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나 선전전을 감시, 촬영한다. 회사는 지회 사무실 출입구를 찍는 회전식 카메라와 동작인식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은 회사가 감시카메라와 정문 출입 통제 시스템 등을 전직원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감시카메라설치를 시설보호, 도난방지가 아닌 노조활동을 감시하고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은 “지난해 사측이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며 지회 간부 두 명 해고, 네 명 정직 등 지회 설립 이래 최대 징계를 했다”며 “당시 모든 증거자료가 감시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을 캡쳐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출근선전전 녹화 분량만 별도로 판독한다고 밝혀노조활동을 감시, 위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성기업과 콘티넨탈 사측은 감시카메라 촬영 장면을 근거로 각종 징계를 자행하고 있다. 홍완규 지회장은 “회사는 합법 쟁의행위마저 감시카메라 녹화 장면과 녹음 내용을 들이대며 조합원들을 협박한다”며 “최근에 열 한 명을 부당 징계했다”고 말했다.
박윤종 콘티넨탈지회장은 “여러 사람이 탈의실에서 1~2분 일찍 나왔는데 회사는 노조 지회 조합원만 표적으로 삼아 촬영 장면을 근거로 경고장을 보냈다”고 상황을 전했다. 콘티네탈 사측은 감시 자료를 업무방해, 손해배상, 지회에 대한 각종 가처분 소송에 증거 자료로 제출하고 있다.
조현주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각 회사의 감시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현행법상 감시카메라를 설치, 운영하려면 특정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개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에 대한 안정성 확보와 개인정보처리지침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주체가 열람, 삭제, 처리 정지 등을 요청하면 10일 내 사유를 밝혀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지속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사업장 내부는 공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 개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이들 사업주는 일방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지회에서 수차례 처리 정지, 삭제 등을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변호사는 “감시카메라 설치와 복수노조 설립, 직장폐쇄가 맞물려 진행됐다”며 “회사의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감시 목적이 명확하며 이를 규제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개인정보침해센터에 회사의 위반 행위를 신고, 접수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오늘 드러난 노동감시 사례는 헌법과 세계 인권기준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범죄 예방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2007년 이미 인권위원회가 노동감시에 대한 특별 입법을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 감시에 대처할 수 있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