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사회주의자 웹 사이트(World Socialist Web Site, WSWS)에 올라온 글입니다. 오펠의 독일 오펠 공장에서 36년 동안 일했던 게르트 뷔커 씨의 사연입니다. 보쿰 공장의 역사, 노동자들이 겪었던 사연들을 잘 알 수 있게 해주네요. 한때 2만 2천명에 달했던 노동자들, 불과 8년 전만 해도 1만 명의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이제 겨우 3천명으로 줄어들게 된 사연. 그리고 이제 폐쇄까지 .....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일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World Socialist Web Site]

독일의 오펠 노동자 : “10년 가까이 항상 내리막길만 걸어왔다.”

디트마르 헤닝 / 2012년 7월 3일

우리는 화창한 일요일 아침에 차를 몰고 오펠 보쿰 공장 인근의,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단지를 찾았다. 거의 100년 전부터 탄광촌이었던 이 지역은 이제 아름답게 개발되었는데, 오펠 노동자들 다수가 여기에 살고 있다. 잘 가꿔진 정원, 깨끗한 차도와 인도는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이상향의 느낌처럼 다가왔다.

경영진이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한, 오펠 보쿰 공장은 “4년 안에, 아니 실은 그보다 빨리 2년 안에” 문을 닫게 된다. 오펠에서 평생을 일해온 한 남자의 말이다. 게르트 뷔커 씨, 그는 나이 스물에 보쿰 공장에 입사해 일을 시작했다. 그때가 1976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퇴직했다. 그는 지금 노동자평의회와 오펠 경영진이 함께 설립한 이직 회사(transfer company)에서 일한다. “아마도 나는 거기에서 자격증을 따야 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정말 이건 말이 안 되요. 동료들 700명 모두가 50살이 넘었습니다. 그들 모두 열심히 노력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자격증에도 관심이 없어요. 우린 그저 퇴직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요.”

게르트 뷔커 (Gerd Bucker)

게르트 뷔커 씨는 올해 56살이며 이직 회사에 1년 동안 더 남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그는 그가 마지막으로 받은 임금의 80%를 받는다. “그러고 나면 이론상으로는 2년 동안 실업수당을 받게 되겠지요.”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퇴직금을 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60세가 되지요.” 그 시점에 그는 삭감된 법정 연금과 함께 직업 연금(occupational pension) 월 510유로를 받게 된다. 오펠에서 36년을 일했는데 말이다. 직업 연금 제도는 장기간에 걸쳐 폐지되고 있는 중이다.

게르트 뷔커 씨는 오래된 탄광촌의 전원 주택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1960년대에 도시 변두리에 지어진, 시설이 잘 완비되어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 당시 보쿰의 탄광이 폐쇄되고, 오래된 갱도의 바로 앞에 오펠 공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게 1962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보쿰 시민 그 누구도 50주년을 기념할 기분이 아니다. 50년 전, 수많은 광부들이 오펠로 직장을 옮겼다.

“당시에는 지금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과거에 오펠 노동자였던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관리자가 점점 콧대가 높아져서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면, 얼마 안가서 노동자들이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곤 했지요.” 고참들은 이런 얘기를 그에게 할때마다 항상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아버지는 보쿰 탄광 노동자였는데 오펠 공장으로 일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그는 그 뒤로도 20년간 이 탄광 저 탄광을 옮겨다녔다. 아마도 이런 경험 때문에 게르트 뷔커 씨는 정착을 선택한게 아닐까. “그래도 난 이제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지요. 물론 미니잡(아르바이트) 생활로 곧 날려버릴테지만.”

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 있다 : “하르츠 IV (제도)와 비정규직직 일자리.” 그는 지난 몇 년동안 이 두 가지만큼 나쁜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오펠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억하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 그들에게 미안해요. 나와 함께 일하던 한 명은 솜씨 좋은 숙련공이었지요. 그는 정취만이 아니라 시간외노동도 했어요. 뭘 요구받아도 언제든지 척척 해냈지요. 정말 훌륭한 노동자였어요.” 그는 아마도 오펠 정규직 노동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그들은 그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아 버렸어요.”

게르트 뷔커는 그런 운명을 겪기를 원치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일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주요소 종업원 수습 일자리를 구했다. “당시만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였어요.” 하지만 당시 월급 850 마르크는 너무 작아서 아내와 (나중에 5명으로 늘어났지만) 큰 아이를 먹여살릴 수 없었다. 1970년대만 해도 이 돈으로 가족을 부양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계속해서 그는 옛일을 들려줬다. “1974년에 오펠은 노동자를 해고했는데, 2년 뒤에 모두 복직되었어요. 나는 아버지 덕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요. 아버지는 축구장에서 오펠 경영진과 노동자평의회 대표자들을 사귀었거든요.” 이건 당시에 일상적인 일이었다. 주말에 축구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오펠 경영진과 노동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요즘엔 공장에서도 경영진을 구경하기 힘들죠.” 하지만 과거엔 달랐다. “인사팀 사무실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옆 방으로 가서 노조 가입원서를 썼어요.”

노동조합 얘기가 나오자 그는 이젠 더 이상 화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잊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생생하게 과거를 떠올렸다. “오펠의 우리 공장 조합원 수가 족히 2만 명은 넘었지요. 우리가 일하러 갈 때면 꼭 개미떼들처럼 보였어요.”

오펠 보쿰 공장 (The Opel plant in Bochum)

“1980년대만 해도 2만 2천명이었는데, 지금은 3천명밖에 안 남았어요.” 뷔커 씨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많은 노동자가 생산라인에서 일했다. “나는 엔진공장에서 일했는데, 그때는 50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9명만 남더군요.”

변화는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일본인들이 공장에 와서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노동자평의회 대표자들은 저들이 우리의 적이라고 말해줬어요. 그들은 엔진을 우리보다 더 빨리, 솜씨있게 만들기 때문이었죠.” 그러더니 새로운 엔진 생산이 도입되었다. 퇴직한 동료들의 자리는 새로운 노동자로 채워지지 않았다. 대신 조립라인에 실습생을 광범위하게 투입했다. “힘세고 빠른 사람들을 원했던 거지요.”

그와 동시에 임금도 삭감되었다. “전에는 오펠 임금이 썩 괜찮은 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나빠졌어요.” 지난 10년 동안 뷔커 씨의 임금은 인상되지 않았고, 수당은 삭감되었다. 휴가와 크리스마스 보너스도 줄어들었다. 때로는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근태(sick record)와 연동되는 일도 벌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크리스마스 보너스는 내 월급의 35% 밖에 안되었어요.” 본래 노동자들은 보너스로 월급의 100%를 받아왔다.

노동자평의회는 끊임없이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악화를 낳는 교섭을 지속했다. “1990년대 이후 노동자평의회 간부진과 경영진 사이에는 항상 은밀한 협조체계가 있어왔죠. 노동조합과 노동자평의회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잃어갔어요. 사실 그럴만도 하지요.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가 양보할 수밖에 없는 합의를 했으니까요. 반대로 GM 사측이 양보한 내용은 그저 종이 위에 쓰여진 문구에 불과했어요.”

오직 한 명의 평의회 멤버만 저항하고 나섰다: “투르한 에어신(Turhan Ersin), 그는 항상 우리를 옹호했어요. 오직 그 친구 한 명만 당당하게 얘기를 했어요. 그는 언제나 우리 편이었지요. 하지만 경영진이 얼마나 그 친구를 괴롭혔는지, 결국 2004년에 그는 심각한 질환을 호소하며 떠나갔지요. 경영진이 그를 없애버린 겁니다.” WSWS는 당시 투르한 에어신에 대한 사측의 공세를 보도한 바 있다. (“독일에서 벌어진 파업 뒤에 GM은 오펠 노동자들을 해고하다”라는 기사 참조)

게르트 뷔커 씨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항상 노동자평의회와 “재스츠칙(Jaszczyk)”에 대한 반대가 있어왔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보쿰 공장 노동자평의회를 이끌었던 구 독일공산당(DKP) 당원 페터 재스츠칙의 노선은, 몇몇 평의회 멤버들에 의해 추억을 떠올리듯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는 그와 함께 시작되었다.

“2000년에 캐터필러, 파워트레인 등 점점 공장에서 부품 생산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특히 오펠의 실습생들이 옮겨가곤 했던 TCM 그룹으로 생산이 이전되었는데, 그의 동료는 그곳에서 저임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은 특히 임금 삭감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어요.”

2004년에는 엔진공장 자체가 문을 닫게 된다; 현재 엔진은 헝가리에서 수입되고 있다. 뷔커 씨는 변속기 공장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거의 우울증을 앓았어요.” 매일 아침 그는 예전에 일했던, 하지만 지금은 폐쇄되어버린 엔진 공장을 지나쳐 새 일자리로 출근해야 했다.

“2004년부터 내리막길이었지요.” 그해 10월에 GM 경영진은 유럽의 6만 3천명 노동자들 중 1만 2천명을 감축할 예정이며, 독일에서만 1만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다. 오펠의 보쿰 공장 노동자들은 공장 폐쇄 협박에 맞서 자발적으로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와 노동자 평의회의 뜻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접고 일터로 돌아가도록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옳은 결정이었어요. 최종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돌아가기로 (즉 개별적으로 복귀하지 않고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으니까요.” 물론 뷔커 씨가 얘기하는 ‘우리’란 노동조합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을 말한다. 결국 파업은 “노동자평의회 간부 회의에서 참 의심스러운 핑계로” 교살당하고 말았다.

파업 나흘째, 노동자들은 여전히 작업장 복귀를 거부하며 현장 노동자 전체의 총투표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평의회와 금속노조는 당시 노동조합 규약에서도 전례가 없는 관료적인 기술을 구사했다. 노동자들이 모인 총회에서는 오직 3명의 평의회와 노조 관료만이 연설을 할 수 있었고, 그들 모두 노동자들에게 협박을 해댔다.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마이크는 보안 요원들에 의해 통제되었다.

게다가 작업을 재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투표는 다음 사항에 대한 투표와 연동되었다: “노동자평의회가 경영진과 계속 교섭을 해야 하는가?” 만약 파업 지속을 원한다면 일체의 교섭을 결렬시키는 쪽에 찬성표를 찍어야만 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노동자들의 거의 1/3 가량이 파업 지속에 찬성표를 던졌다.

모두들 알았다. “이제 끝이구나.” 뷔커 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많은 이들이 퇴직금을 받고 떠나갔다. “하지만 나는 너무 젊었지요. 49살이었으니까. 그저 퇴직 날짜만 기다릴 나이는 아니지요.”

8년 전에 마지막으로 파업이 벌어지던 당시만 해도 오펠 보쿰 공장 노동자 수는 1만명에 달했다. 그러고 나서 라이너 아이넨켈 - 재스츠칙과 마찬가지로 구 독일공산당 당원 - 이 노동자평의회 의장이 되었고 지금까지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측이 발표한 인력 감축을 밀어붙이면서 말이다.

노동자들은 심각한 압력에 시달렸다. 오펠에서 기계공으로 실습 생활을 해온 뷔커 씨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큰 아들 역시 노동자평의회에 의해 사직을 권고받았어요.” 그의 큰 아들은 아직 미혼이어서 애도 없었고 아직 젊었다. 그는 가장 먼저 공장을 떠나야 할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결국 사직하기로 결심한다. “지금은 콘스탄쯔 호수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ZF에서 일하고 있어요.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나 역시 기쁘지요.”

하지만 뷔커 씨는 여전히 그의 아들이 쫓겨나간 방식을 생각하면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 “우리 아들은 사직서에 서명하기 전까지 거의 10년 동안을 오펠에서 일했어요. 만약 2~3개월만 더 오펠에서 일했다면, 아들놈은 연금수령 자격을 얻게 되었을 겁니다.” 이게 바로 일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고문과 파괴. 아버지는 아직도 화가 나서 으르렁거린다. “노동자평의회 간부들은 고의적으로 이런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들과 똑같이 당하며 회사를 나갔지요.”

지금도 계속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고 있으며, 그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다. 아이넨켈이 노동자평의회 의장이 된 2005년 초 이래로, 무려 7천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체 노동력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르트 뷔커 씨 또한 그들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