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순식간에 해안과 원전마저 덮쳐 일본 열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당시의 화면을 보면 쓰나미가 몰려오는 그 순간까지도 해안은 평안한 듯 보였지만 순식간에 산채만한 파도가 밀려와 온 들과 집들을 집어삼켰다.

J-400 투입 탈락소식은 실제상황이다. 하지만 초기 이러한 GM의 결정통보가 노동조합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박으로 간주하여 적극적인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지난 10월25일 벨기에의 젠크시에 있는 종업원 4,500명 규모의 포드공장을 2014년말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노조원들이 공장 정문에서 차를 불태우며 항의시위하고 있다

2012년 11월1일, 호샤 사장은 민기지부장에게 크루즈 후속모델(J-400 / D2-XX)을 군산공장에 투입하지 않기로 GM 글로벌 회의에서 결정되었음을 통보했다. 사실상 한국지엠의 존립기반을 뒤흔들어 버릴 쓰나미가 발생한 것과 진배없는 사태였다. 왜냐하면 크루즈는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판매대수가 많은 컴팩트카(준중형/C-세그먼트) 차종으로 우리 한국지엠에게 있어서도 전략적인 차종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략적인 차종에서 신차를 더 이상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군산공장의 앞날을, 나아가 한국지엠의 앞날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청난 사실을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일이나 지난 후 노동조합은 이미 예정된 간부합동회의에서, 그것도 정식 안건으로도 다루지 않고 보고사항으로 처리했다. 이때도 역시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샤사장 퇴진투쟁이라도 벌어야 한다

노동조합에 이러한 엄청난 사실을 통보한 호샤사장은 퇴진감이다. 하지만 호샤는 곧바로 세계적인 휴양지 푸켓으로 날라갔다. 부품사들과의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노동조합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일방 통보해 놓고 휴양지로 날아간 자가 과연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자신도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고, 이젠 되돌릴 수도 없다”는 한심한 소리만 지껄여 댔다 한다.

GM의 생산관련 최고회의인 PEC에서 결정되어

또다시 며칠이나 지난 후에 열린 미래발전위원회(말이 좋아 미래발전이지, 무슨 얼어죽을 미래발전이냐는 비아냥 소리도 있다)에서 너무나도 명백히 확인되었다. GMIO의 팀리사장도 참석한 PEC회의에서 결정됐다는 것이다. 회의석상에서 PEC 미팅이 무슨 회의며, 누구누구가 참석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지만 추정컨대 Product Executive Committee(생산 집행위원회)로 보이는데, 현재 애커슨 회장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글로벌 생산개발 책임자인 메리 바라, GM유럽 책임자인 스테판 거스키, 북미책임자인 마크 루스 등이 참석하는 생산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보인다. 따라서 이는 공갈포가 아닌 실제상황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강력한 투쟁의지와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GM유럽을 살리기 위해 한국GM을 희생양으로

이번 J-400을 군산공장에 투입하지 않기로 한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GM유럽을 살리고자 위함이다. 한국GM은 생산공장으로서 그 가치와 역할에 GM은 더 이상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GM 글로벌의 대륙별 거점 생산체계가 이미 완성단계에 와 있으며, 한국GM의 내수시장은 무시해도 좋을만큼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GM유럽은 GM이 세계 제1의 자동차회사로 자리잡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게 현 GM 글로벌 최고 경영자들의 판단인 것이다.

“GM은 현재 적자인 오펠/복스홀을 켤코 버리지 않을 것이며, 오펠은 디자인, 엔지니어링, 생산과 판매 등에서 GM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럽에서 쉐보레를 위한 여지가 있으며, 그 역할을 오펠이 채울 것이다”

- GM의 댄 애커슨회장이 뤼쉘하임의 5,000여 종업원 앞에서 한 발언 중에서(2012.11.15.)

이번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투쟁 대책과 계획 등이 나와 주어야 한다

J-400 소식을 통보받은 지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마침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는 매년 열리는 정대대와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2012년 임단협에서 쟁취하지 못한 400시리즈에 대한 확약을 포함해 한국GM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교섭과 투쟁계획 등이 나와 주어야 한다.

이러한 교섭과 투쟁의 대상은 더 이상 호샤사장이 되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완전 바지사장에 불과한 호샤와는 시간낭비다. 글로벌의 팀리와 애커슨은 불러올 수 있는 규모있는 교섭단을 꾸려내 직접 담판 협상을 벌여야 한다. 지난 1년여 동안 GM유럽과 오펠종업원평의회는 바로 오펠 회생 대책과 관련해 협상을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해오고 있다. 우리도 못하리란 법이 없다.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