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마당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적? 이러다 우린 죽는다"
이 영철 2007-05-21 21: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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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도급/외주화분쇄의 길에 도움이 될것같아 옮겨봅니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해야하며 준비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적? 이러다 우린 죽는다"
[인터뷰] <소금꽃나무> 펴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윤성효(cjnews) 기자
"대기업 노조가 나라를 망친다 했습니까? 21년차 노동자 기본급 105만원, 손에 쥐는 건 80만원, 그마저도 가압류 12만원, 129일을 크레인에 매달려 절규를 해도 청와대·노동부·국회의원 누구하나 코빼기도 내미는 놈이 없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민주노조 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나는 깡보리밥에 쥐똥이 섞여나오던 도시락 그냥 물 말아먹고, 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 테이프 덕치덕치 넝마처럼 기워입고, 한 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가며, 쥐xx가 버글거리던 생활관에서 그냥 쥐xx들처럼 뒹굴며 살걸 그랬습니다. (2003년 김주익 열사 추모식에서의 연설)"
김진숙(48)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글을 모아 <소금꽃나무>를 펴낸 출판사(후마니타스)가 책 표지에서 김 지도위원에 대해 "'자연스러운 당당함'에 기가 눌리고 말았다"고 했다.
1981년 한진중공업에 '처녀 용접사'로 들어간 뒤 1986년 어용노조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해고된 김 지도위원.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다. 한진중에는 한때 18명의 해고자가 있었는데 2006년 1월 1일까지 17명이 복직되고, 유일하게 김 지도위원만 해고자로 남았다.
김 지도위원은 노동열사들의 장례식 등 여러 투쟁 현장에서 하면서 사람들 눈시울을 붉히는 가슴찡한 추모사나 강연·연대사로도 유명하다. 박창수·배달호·김주익·김동윤 열사 등의 추모사뿐만 아니라 여러 노동투쟁 현장에서 목청껏 외쳤던 연설을 모아 이번에 책으로 펴낸 것.
울산에서 강연하고 부산으로 돌아온 15일 오후 김 지도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고된 뒤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그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대단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또 "먼저 간 노동열사들을 생각하면 죄책감부터 든다"고 말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의 유일한 해고자로 남아 있다.
그는 1981년 한진중에 '처녀 용접사'로 입사했다. 당시 한진중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는 1960년도부터 노동조합이 있었는데, 이름뿐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영제·이정식씨 등 3명은 1986년 '대의원대회를 다녀와서'라는 유인물을 배포해 해고되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때 조선공사 노동조합은 어용노조를 청산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하게 되었다.
한진중에는 1989년과 1991년까지 포함해 총 18명의 해고자가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11월 고 김주익·곽재규 열사 사망사건 이후 노사는 17명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직되었고, 마지막으로 박영제·이정식씨가 2006년 1월 1일자로 복직되었다. 현재 한진중의 유일한 해고자는 김 지도위원뿐이다.
그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구속되기도 했으며, 요즘은 주로 교육과 강연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요즘은 온 사고의 집중이 비정규직 문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을 분리시키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적은 정규직, 정규직의 적은 비정규직이 되고 있다, 자본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노동조합이 임단협 투쟁에만 매몰된다면 스스로 고립하는 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진정성의 문제로, 진정성이 없으면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 것 같나?
"언젠가 친구한테 그렇게 물어봤더니, 친구가 '너는 아마 산재로 죽었을 것 같다'고 하더라. 한진중공업 훈련소 동기생 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아있었다면 진폐나 산재에 걸렸든지, 사표를 쓰고 나갔을 것 같다. 1981년 한진중에 들어갔는데, 27년간 멀쩡하게 살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산재는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삶 아니냐."
- 지금은 한진중의 유일한 해고자인데 어떤 생각이 드는지?
"어쨌든 복직을 못한 것이다. 부끄러운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김진숙 만큼은 절대 안된다고 했는데, 거기에 자부심 같은 것을 느낀다. 일종의 양면성이다."
- 한진중은 한 때 노동탄압이 심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표면적으로야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이전에는 탄압 일변도였다. 그러다가 2003년 김주익·곽재규 열사의 죽음 이후부터 일종의 '당근'을 쓰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노동자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은 달라진 게 없다. 노동자들이 회사가 달라졌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일 뿐이다."
- 지금까지 노동운동을 해오면서 후회는 하지 않는지?
"내 의지와 상관없지만, 동지들의 죽음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한진중에서 민주노조를 해오면서 뼈저린 회한도 있다. 민주노조 운동으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생활이나 삶을 변화시켜 왔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수준이 높아지고 자가용과 집이 생기는 변화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말조차 못하던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된 것에는 자부심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요즘 한진중 회사 안에 들어가기는 자유로운가
"최근에도 들어갔다.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중학생들이 이른반 전적지 순례를 하면서 한진중을 찾아 안내를 했다. 학생들에게 노동조합을 지키려고 그렇게 투쟁한 현장들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더라. 산재사고의 유형을 설명해 주니까 많이 놀라더라. 한진중에 자유롭게 드나든 것은 2003년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못 들어갔다. 지금은 크게 제지를 하지 않는다."
"20년간 해직, 부끄럽고 자랑스럽다"
- 한진중의 노동자였던 박창수 열사나 김주익·곽재규 열사를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죄책감이 든다. 어쨌든 간에 그 분들의 뜻이 있다. 그것 때문에 목숨을 던졌다면 값어치 없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 뜻을 살아서 제대로 받들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채가 크다."
- 노동현장에서 박창수·김주익 열사의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회의적이다. 노동운동 자체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리고 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외면하게 된다. 본인들이 그렇게 하고자 해서 그런 게 아니다. 정규직들은 근로조건 개선에만 매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사들이 목숨을 건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해방인데, 우리 스스로 비정규직을 소외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자본이 쳐놓은 거물인데 우리가 그것을 알면서도 거둬내지 못하는 게 더 안타깝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 어쨌든 단결이다. 그런데 지금은 점점 범위가 축소되고 있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을 가입 대상에도 두지 않기도 한다. 이를 하루라도 빨리 거둬내야 한다.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목숨을 잃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을 분리시키고 있다. 비정규직의 적은 정규직, 정규직의 적은 비정규직이 되고 있다. 자본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위해만 싸우는 게 아니다. 사회적인 목소리도 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기 사업장의 경영진이 부정한 짓을 해도 노동조합은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한다. 경영이 튼실해야 노동자들에게 떡고물이 생긴다고 여긴다. 노동조합이 임단협 투쟁에만 매몰된다면 스스로 고립하는 길이다."
- 그같은 문제의 한 대안으로 '산업별노조'을 주장하기도 한다.
"산별 노조도 대공장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공장에 좌지우지되는 산별은 기업별 노조의 확대에 지나지 않는다. 산별은 중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도 다 포괄해야 한다. '산별노조 하자'고 해놓고 재정문제로 싸우거나 위원장 선거를 하면서 반목하고 있다. 대공장과 중소사업장 노조 간에도 틈이 벌어지고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통 크게 단결해야 전체 대의가 지켜진다."
"현대차 정규직이 투쟁하면 비정규직이 비난한다"
- 요즘 강연이나 교육하면서 주로 하는 말은?
"온 사고의 중심이 비정규직 문제에 가 있다. 이 문제 해결을 포기할 수 없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진정성의 문제다. 진정성이 없으면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현대차가 투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비난하는 게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현대차가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정규직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 지점을 넘어서야 한다."
-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단위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규약을 개정해서 비정규직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철도노조의 경우, 규약 개정을 해서 비정규직도 가입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가입하는 순간부터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에 대해 노조 가입도 못하는데 어떻게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느냐고 한다. 비정규직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비정규직도 용기가 필요하다. 정규직노조도 단순히 얻어진 게 아니라 십수년을 지난하게 투쟁해온 측면이 있다. 서로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서로 이해한다기보다 서로 배척하는 측면이 있다. 노동자들은 통일단결하지 않으면 다 같이 공멸하게 된다. 통일단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 각종 집회 때 연설이나 강연할 때 정서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런 지적을 간혹 받고, 그런 점이 한계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다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정책분야는 그 분야를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 김주익·배달호 열사 투쟁 때 연설을 하고 뒨 반응은 어땠나?
"요즘도 강연이나 교육하러 가면 소개할 때 간혹 '김주익 열사 투쟁 때 심금을 울렸다'고 소개하는데, 사실 부담이 된다. 추모사나 연설은 그 분들에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정도다. 사실 연설문은 컴퓨터로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쓴다.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나면 사실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면서 며칠 동안 힘들게 산다. 간혹 감동적이었다는 감정 표현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부담된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좋다."
- 이번에 책을 낸 뒤 어떤 반응인지? 출판기념회는 하나?
"같은 사무실에서도 책을 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 연설문이나 썼던 글을 모은 정도다. 다시 쓴 것도 아니다. 책을 팔아먹기 위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는 안 내려고 빼다가 냈다. 책과 관련한 반응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 전교조 선생님들께서 출판기념회를 하자는 말을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 왜 결혼을 안 하는지?
"우선 필요가 없었다. 결혼한 사람한테는 왜 결혼했느냐 묻지 않고, 결혼 안한 사람한테 왜 결혼 안 했느냐고만 묻는데, 불공평하다. 남자였다면 결혼을 했을 것 같고 지금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결혼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100%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안한 게 편하고 좋다."
